나케레마을 사역후  
            
                                                                                                                                        - 배미혜-
  
 바누아투. 이전엔 이름을 들어보지도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도 알지 못했던 나라. 그러기에 바누아투는 내 관심 밖의 나라였다. 단기선교를 떠나기로 결단하고 나라 선정을 위해 파키스탄이나 인도를 놓고 기도하던 중, 마침내 나에게 열린 나라는 바누아투. ‘참 생뚱맞은 곳으로 보내시는 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도로 준비하는 동안 점차 그곳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멋진 팀원들을 불러주셔서 그들과 함께 하면서부터는 기쁨으로 선교를 준비할 수 있었다.

  출발 당일, 5부 예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우리는 시간에 쫓겨 공항으로 향했고, 이동을 하면서도 이륙시간에 대한 걱정과 많은 수하물에 대한 염려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염려와는 달리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부치고 수속을 마치기까지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불안해하던 우리에게 그것하나 의연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그 호들갑을 떨었냐며 미소로 다독이시는 하나님의 모습이 그려졌다. 선교여행을 할 때마다 공항에서 마음 졸이며 믿음 없이 행동하던 내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드니를 거쳐 긴 비행을 끝내고 도착한 바누아투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지친 우리에게 선교사님은 세상에서 제일 꿀맛 같은 비빔밥을 준비해주셨고, 그 감사함을 마음에 새기며 우리는 도마뱀과 함께 바누아투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다음날, 첫 사역은 나케레 교회에서 시작되었다. 4인용 도요타 짐칸에서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바람을 맞을 때는 정말이지 내가 바누아투에 왔구나하는 벅찬 마음에 눈물이 찔끔 났다. 건축 중인 나케레 교회에 들러 짐을 내려놓고, 탕오아 성지 순례를 시작했다. 쪽빛 바닷가에 자그마한 보트하나. 완전 천국이 따로 없는 곳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탕오아섬은 선교사님들의 묘와 교회 건축물들이 있는 우리나라 양화진과 비슷한 곳이었다. 그분들은 이 나라를 어떻게 알고 와서 사역을 시작했을까. 그분들이나 우리를 먼 나라인 바누아투까지 부르신 분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님의 그 계획 속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했다. 
  나케레 교회로 돌아와 시작된 사역은 참으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우리들의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났고, 진행도 순조롭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협력하는 우리 팀의 모습이 참 감사했다. 지역 사람들과 함께 빙 둘러서 ‘God is so good' 춤을 추며 엉덩이를 마주칠 때는 애고 어른이고 깔깔대며 웃었다. 무엇보다 그 지역사람들의 밝은 웃음이 우리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해주었기에 참으로 기쁜 하루였다. 과연 서툴렀던 그 시간동안 주님은 그들에게 어떤 말과 음성을 전하셨기에 그렇게 그들이 행복해했을까.
 
  둘째 날, 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장장 5시간의 뱃길로 말레쿠라섬의 네스로 교회에 가기 위해서였다. 배 멀미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정성이 모여 멋진 교회를 세우고 이곳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시는 주님, 역시 우리 주님은 위대하신 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셋째 날, 탈루에레 마을로 가는 밀림은 험했다. 그래서인지 산 속 깊숙한 곳에 도착한 우리를 위해 울려 퍼지는 그들의 환영노래는 더욱이 아름다웠다. 아이들을 위해 아동사역을 하고 그들의 맑은 눈망울을 보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것이 아쉬웠다. 아마도 그 아쉬운 만큼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주님의 뜻이 있었으리라. 왕복 8시간의 긴 여정이었지만 힘들이지 않고 모두가 무사히 그곳을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주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우리를 위해 많은 중보자들이 함께 기도해주고 팀원들이 등산연습까지 해가며 노력한 결과였기에 더욱 감사했다. 

  마지막 날, 우리가 찾아간 곳은 봉유종 선교사님께서 운영하시는 PMBC 신학교였다. 이곳에서 우리는 태권도, 워십, 무언극 등 준비한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진행했다. 특히, 난 무언극을 하면서 주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너무 감사하고 놀라웠다. 사실 탈루에레 마을에서 처음 무언극을 할 때에는 한국에서 완벽하게 준비하고 간 것이 아니었기에, 불안하고 걱정된 마음이 앞섰는데 두 번째 공연은 그런 마음조차 내려놓고 정말 그들이 주님의 사랑과 마음을 우리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기 전 모습인 엎드린 상태로 누워있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 마치 내가 다시 태어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진지한 학생들의 눈빛과 고요한 분위기를 통해 그들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 전달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렐루야 주님, 감사합니다.
바누아투 선교여행,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게 해주시고, 
주님의 사랑을 듬뿍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선교 일정은 참 짧았지만,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돌아가요. 그곳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노랫소리, 그리고 온기 넘치는 예배 또한 아직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주님, 당신이 부르신 곳 어디에서라도 예배하는 제가 되었으면 참 좋겠어요.

세계 각지에서 주님을 예배하는 많은 사람들.
생긴 것도 생각하는 것도, 생활하는 것도 너무나 다르지만, 
주님 한분만을 예배하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에요.

잠시 잊고 있었던 창조주 되신 주님의 광대하심과 놀라우심을 크게 느끼고 돌아온 시간. 지난 일을 걱정하지 않고 미래에 닥쳐올 일을 염려하지 않으며 지금 주신 이 마음을 지니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제가 될 수 있도록 지켜주세요. 감사합니다. 
주님을 찬양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려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