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프라멩스>
             
모든 인간관계에는 원수된 것 곧 범죄의 결과로 주어진 형벌이 있습니다. 그것은 중간에 막힌 담입니다. 
그 중간에 막힌 담은 아담과 하와를 나누게 만들었고 가인과 아벨을 나누게 만들었고 모든 인류를 나누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마르셀 뒤샹이란 화가는 이처럼 눈으로는 식별 할 수 없지만, 주체와 객체, 나와 남 사이에 아무리 다가가도 넘어설 수 없는 얇은 장벽을 [앵프라멩스]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앵프라멩스는 목숨을 건 남녀 간의 사랑이건, 피를 나눈 형제지간에도, 의리로 똘똘 뭉친 친구지간이건, 가장 강한 모자기간의 사랑이건 인간인 이상 그 얇디얇은 막을 깰 수도 찢을 수도 넘어설 수도 없습니다.
이것은 심지어 조금 전의 자기와 지금의 자기 사이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인간은 매순간 순간마다 혼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진실로 자기 자신이 되면 인간은 너무도 외롭고, 무엇을 하든지 마음을 채울 수 없고, 세상에는 나 혼자 뿐이구나 하는 절실한 고독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진정 엥프라멩스를 뛰어넘어 하나 됨을 이룰 수만 있다면, 그래서 자기가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확증을 가질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 버려도 밥을 굶게 되고, 조롱을 당한 다해도 상관없고, 그것만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권력자보다 강하고, 어떤 부자보다 부요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갈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안에는 아무데도 이 같은 엥프라멩스를 넘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 됨이야 말로 인류의 가장 갈급하고 원초적인 갈망이며, 가장 큰 좌절감의 근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중간에 막힌 담(엥프라멩스)이 전혀 없는 분이셨습니다.
이런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이유는 원수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 (엥프라멩스)을 소멸하시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은 그는 자기 몸과 자기 피를 우리에게 음식으로 주셨습니다. 음식은 소화되고 나면 나와 분리할 수 없듯 예수님은 성찬식을 통해서 송두리째 내안으로 들어와 나와 하나가 되신 것입니다.

이처럼 주체와 객체를 구분할 수 없는 하나 됨의 상태를 화평이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모든 인류의 가장 견고한 벽인 엥프라멩스를 허물어뜨리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의 복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_GT묵상집 5,6월로 주일 메세지큐티 <하나됨을 간절히 구하라>-중에서